Book Review - 저소비생활 (低コスト生活)
Book Review - 低コスト生活 by かぜのたみ
저소비 생활 by 가제노타미
저소비 생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하며 계획적으로 금전 관리를 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읽는 내내 이 책이야 말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 임을 깨달았다.
나에게 그동안 소비는 금전적 개념으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얼마전 친구와 비디오 콜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I do not want to waste my time and energy. 나는 더이상 이 상황과 이런 감정적인 일들에 내 시간과 내 에너지와 내 노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나의 절규에서 waste는 결국 소비와 직결되는 말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단어를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소비는 돈 만이 아니라 마음과 삶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것 같다.
우리는 분명 저소비 생활이 필요하다. ‘내려놓는 법’, ‘포기하는 법’, ‘멈추는 법’, ‘그저 바라 보는 법’, ‘마음 편한 것을 소중히 하는 법’, ‘서두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 않는 법’, ‘이미 갖은 것에 감사하는 법’, 그리고 다시 ‘내려놓아야 함을 받아들이는 법.
잠시라도 일단 멈추는 습관을 들리는 것이다.
남는 것은 기다림뿐. 내가 기르는 것은 푸른 차조기 정도지만, 그 하나의 존재가 매 여름의 즐거움이 되어 준다. 마트에서 사면 열장 묶음으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기르고 있으면 심어 놨다고 해도 바로 수확할 수 없다. 심은 후에는 조용히 성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완전히 자란 수확물을 얻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자라는 과정에서 즐거운 시간도 얻는 느낌이다. 기다림은 꽤 즐거운 정적인 시간이다.
이건 단순한 결심이 아니라, 연습의 문제다. 얼마 전 나 스스로에게 “왜 안 돼? 독하게 마음먹으면 되잖아?”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연습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늘 빠른 결과와 효율을 추구해왔고, 그게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반드시 효율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힘들다는 감각은 그만해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때로는 잘 참아내기보다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괴로움을 참으면 더 많은 것들을 생활에 끌어오게 된다. 마음 속 괴로움을 확실히 자각하고, 그것을 서서히 없애려고 노력하면 그것만으로도 생활이 심플새져서 무리 없이 정리 될 것이다.
최근 다시 책에 빠져들었다. 생각보다 읽고 싶은 책이 많지만 나는 속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욕심에 비해 진도가 느리다. 고등학교때 속독하는 친구가 있었다. 하루에 한권 이상 씩을 읽는데, 기억도 잘하는 편이라 그 아이가 부러웠다. 나도 많이 읽고 싶다 생각했고, 그 아이는 이상적이라 생각했고 나도 따라하고 싶어 도전했지만 책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 디시 처음부터 읽어야 했었다. 뭐가 좋고 나쁨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걸 받아들이고 그런 비교조차 놓아주는 일이다. 그 당시에 그 아이와 나를 비교하며 ‘나는 왜 못 할까?’라고 혼자 고민이 빠지고, 내가 열심히 책을 안 읽어서 그런게 아닐까 자책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삶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내려놓는다는 건, 그런 비교조차 놓아주는 일이다.
최근 여러 상황과 나의 복잡한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 그 와중에 이 책은 나에게 저소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고, 나아가 인생 레슨을 준 책이다.
문득 ‘일본어 원서로 읽으면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아기 일본어 수준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일본어를 다시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원서와 번역본 사이에는 확실히 표현의 온도차가 있다. 좋은 책을 만나면, 가능하다면 영문판 혹은 원문으로 다시 읽어보려 한다. 그건 내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표현을 한국어 번역이라는 필터 없이 고스란히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내년엔 꼭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이미 일본 원서로 읽고 싶은 책이 다섯 권이 넘는다. 이제는 미루지 말고, 행동할 때다. 가끔은 행동이 빨라 문제이긴 하지만.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다시 읽을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정도 쯤.